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뜻 깊은 40주년의 주인공은 바로 장정옥 작가다. <스무 살의 축제>로 당선된 장정옥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해보았다.

원래 <열다섯 살의 축제>였다!?

“처음 성장소설을 구상했을 때는 15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그릴 생각이었어요.”

첫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스무 살의 축제>가 <열다섯 살의 축제>로 빛을 볼 뻔 했다니. 그렇지만 소설의 핵심인 죽음과 축제의 대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열다섯 살이 따라잡기 어렵다고 생각해 스무 살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스무 살일까?

“스무살은 완성과 미완성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는 나이입니다. 죽음을 그려내기에도 충분하고, 아이의 세계를 벗어나 막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딘 나이가 가질 법한 깊은 성찰을 그리기에 스무 살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스무 살의 축제>의 주인공은 갓 스물이 된 유리라는 여자다. 이혼한 부모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한발 물러난 곳에서 가족과 세상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성격이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가족’이라는 굴레를 어떻게 지고 나갈지 고민하게 된다.

“주인공 유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무작정 길을 걷는다거나, 방금 읽었던 앞장의 내용을 까맣게 잊을 정도의 어려운 책을 읽으며 자신을 견디려고 애씁니다. 그런 점들이 저와 비슷하지요.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게 자신을 찾아서 방황하며, 스스로를 감당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나요? (웃음) 사람에 따라서 좀 더 탄력 있게 건너기도 할 테지만 저는 스무 살을 그다지 가볍게 건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유리도 참 힘겨운 스무 살을 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힘겹게 건넌 스무 살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바래지기 마련인데, 그 시절의 심리를 참 잘도 끄집어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따로 공부를 하신 걸까?

스무 살을 추적하라!

“중앙도서관 잡지를 읽으러 갔다가 국채보상공원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봤어요. 노란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광장에 빼곡히 모여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이십대 초반이었는데, 외국인 단체, 커플, 혹은 3~4인으로 구성된 가족들도 팀을 만들어 참가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약속들을 모두 취소하고, 세 명으로 구성된 새내기 팀을 집중적으로 추적했지요. 지도를 들고 다니며 지정된 포스트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내내 쫓아다녔어요. 그러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스무 살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던 건 말할 것도 없고, 내 생전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추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홍대 앞을 찾아가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옷차림, 말투, 행동 등 유심히도 살펴보았을 게다. 예전에 홍대 앞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적이 있다면, 장정옥 작가라고 생각해도 좋을지도.

열심히 꾸준히 걷는 노력파

이쯤이면, 노력파 작가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작가 스스로도 ‘노력형’이라고 말할 정도다.

“저는 노력형이에요. 날마다 기도를 하듯이 다가앉아 꾸준히 공을 들입니다.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은근히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다리가 짧고, 길눈이 어두운데다, 달리기까지 못하니 열심히 걸을 수밖에요.”

하지만 작가는 작은 흰 개미일지라도 날카로운 이빨로 기둥을 부러뜨려놓듯이 작지만 꾸준한 힘이 가장 세다는 진리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 꾸준히 쓴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길을 택한 사람이라면, 꽉 막힌 기분이 들 때 그 위기를 극복하는 묘안이 있을 것 같았다.

“걷는 게 약입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봐야 심장만 두근거리죠.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불안을 가라앉히기만 할뿐 막힌 상상력을 뚫어주지는 못해요. 무거운 돌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 들 때는 물 한 병 들고 산으로 달려가거나 신천을 걷습니다.”

꾸준히 걸어가는 장정옥 작가에게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한동안은 죽음에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글도 그런 글이고요. 실컷 쓰고 나면 다른 글이 쓰고 싶어지겠죠. 제 의식은 이미 제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더라구요. 그 동안엔 제 감각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겠습니다.”

  기사입력: 2008-05-26 18:34임효정 기자 auru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