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이 인기를 얻으며 삼국시대 이야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그 열기의 한가운데 《삼한지》가 있다. 특정인물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와 달리 고구려, 백제, 신라를 조화롭게 다룬 화제의 역사소설이다. 이번에 10권짜리 《삼한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어린이 삼한지》(전6권, 동아일보사)로 재탄생시켜. 어린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역사를 들려주게 되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어린이 삼한지》의 김정산 작가를 만나보았다.

1. 《삼한지》를 쓰기 위해 매우 오랜 시간 공을 들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얼마동안 집필을 하셨는지요?

‘삼국사기’는 삼국이 제각기 기록돼 있어서 그것을 하나의 공간에 집어넣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벽에 커다란 전지를 붙여놓고 세 줄로 나눈 다음 삼국에서 일어난 동시대적인 사건을 빽빽하게 기록하는 것만 1년쯤 했었지요. 그러고 났더니 대강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처음 벽에 전지를 붙인 날부터 탈고할 때까지 꼬박 10년은 걸린 것 같고요, 중간에 4권 중간쯤 쓰고 나서 2년 반을 글이 안 돼 놀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 신동아에서 별책부록을 만들자고 해서 나당대전 얘기를 먼저 썼는데, 98년 신년호 별책부록으로 나왔으니까 97년 겨울이었지요. 그래서 집필순서는 1권에서 4권까지-10권-5권에서 9권까지입니다. 신동아 별책부록 원고를 토시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삼한지 10권으로 연결했지요.

10년 동안 《삼한지》를 쓰면서 잃은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글쎄요, 세월을 잃고 삼한지를 얻었겠지요. 삼한지를 다 쓰고 났더니 알던 사람들이 모두 제 곁을 떠나버려서 외톨이가 되었는데, 그 후에 팬들이 많이 생겨서 지금은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옛날보다 몇 배는 더 많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지요.

2. 집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글이 안 풀릴 때는 논산 계백장군 묘소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왔고, 삼한지를 탈고한 직후엔 감포 문무왕릉을 찾아가서 큰절 한번 올렸습니다. 삼한지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위대하고 거룩한 우리 조상들이고 영웅들이지요.

삼한지를 다 써서 책으로 낸 뒤에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님을 알게 됐는데, 98년 초에 월드컵 유치를 위해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님이 권하시는 바람에 신동아 별책부록으로 나온 나당대전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며 더욱 반가워하셨습니다. 그리고 《삼한지》를 여러 번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추천했다고 하시더군요.

3. 왜《어린이 삼한지》를 내기로 결심하셨나요?

제가 《삼한지》를 쓰기로 한 것은 중국 삼국지가 대를 이어 읽히면서 은연중에 ??호불호(好不好)의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섭니다. 지금도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3국 가운데 반드시 어느 한 나라를 좋아하고 나머지를 싫어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삼국은 어느 하나도 등한히 여길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세 나라가 통일을 위해 각축한 아름다운 시대의 이야기를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어린이 삼한지》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역사가 5천년인데, 고대사에 삼국을 통일한 이런 얘기 하나쯤은 진작 있어야하지 않았겠습니까?

4.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어린이 삼한지》를 통해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할까요?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는 통합적이고 긍정적인 역사관을 가져야 합니다. 삼국 모두, 그리고 가야까지 포함한 고대사를 재미있게 접한 뒤 그 속에서 통일된 국가를 만들려고 했던 조상들의 얼을 배우고 느껴야지요. 고구려인의 기상, 백제인의 여유와 문화, 신라인의 정신과 통일을 이룬 원동력 같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모두가 조상들이 우리한테 남겨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5. 독자들이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기왕 어렵게 고대에 들어왔으니 몇 작품 더 하고 나갈 겁니다. 화랑세기 3부작을 구상 중인데, 그 가운데 초대화랑 위화는 이미 경향신문에 연재한 뒤 책으로 나왔고요, 금년에 사다함과 문노를 붙여서 출간할 예정입니다.

  기사입력: 2008-06-02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