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인기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가 책으로 나왔다. 사주, 궁합, 관상, 굿을 대하는 일반인과 역술인의 태도를 논리적으로 분석했다. 많은 역술가를 인터뷰하고, 관찰 카메라와 뇌파 분석 등 과학적 실험도 병행했다. 이영돈 PD는 “직업적으로는 역술인들의 논리 모순을 찾아내려 애쓰지만, 개인적으로 자기 운명을 걸고 역술인을 만날 땐 한없이 말려든다”고 털어놨다.

채널A 이영돈(57) PD(제작담당 상무)는 사주가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 PD로는 드물게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직장도 여러 번 옮겼다. KBS에 입사했으나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다가 귀국해 SBS에 둥지를 트는가 싶더니 다시 KBS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A에서 제작담당 상무로 프로그램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남이 무심코 받아들이는 것들에 의문을 갖고 파헤치는 프로그램들을 주로 만들어온 터라 많은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지만 송사(訟事)에도 적잖이 시달렸다. 직급은 임원인데,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은 게 많아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못 말리는 PD’다.

그는 인터뷰 이틀 전엔 전생(前生)을 알아보러 다녀왔고, 인터뷰 다음 날엔 프로포폴 투약을 체험해 볼 예정이며, 며칠째 간헐적 단식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모두 과학적으로 그 실체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이용하고 의존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 PD는 이런 소재들을 파고들어 5월 20일부터 방송하는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 시즌2’에 담아낸다.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는 사람들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긍정적인 예언보다 부정적인 예언이 듣는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뇌과학에 근거해 설명한 책이다.

사주가 정말 운명을 결정짓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주가 같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고, 역술인들이 비명횡사한 이의 사주에서 그런 비운을 읽어낼 수 있는지 살펴본 내용도 흥미롭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부부의 궁합은 어땠을지, 개명이나 성형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작두 타기는 정말 접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논리로 풀다 시즌2’에서 전생체험을 하셨죠.

“뇌파 측정을 하면서 최면을 걸고 전생을 알아보는데, 뭐가 보이냐고 묻기에 뭐가 보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일단 물어보는 대로 대답을 했더니 내가 전생에 일리야 세르반테스였대요. 그런데 뇌파 측정 결과를 보니까 내가 최면에 빠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러면 1시간 넘게 내가 본 것은 뭔지. 그래서 다시 하기로 했는데, 의문이 남죠. 짧은 시간에 전생이 있다 없다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전생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뭔가 얽힌 것을 풀어서 지금의 트라우마를 없앨 수 있다면,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좋은 거죠.”

-운명 역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아봄으로써 그게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지금은 내가 일이 잘 안 풀리지만 내 전체 운은 좋다니까 걱정하지 말자 이렇게 되면 좋죠.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까 좋은 사주팔자를 타고 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아요. 사주가 좋다는 게 상대적인 의미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서 고관대작이나 재벌총수라도 자기 사주팔자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요. 전직 대통령은 어떤가요. 사람이 태어나 대통령이 된다는 건 그만큼 좋은 사주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꼭 좋은 사주만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시골에서 태어나 아들딸 낳고 아프지 않고 큰 걱정 없이 산 촌부의 사주가 좋은 거냐 하면, 역술인들은 그리 좋은 사주는 아니라고 얘기해요.”

-기본적으로 운명, 팔자 이런 게 있다고 보나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운명이라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보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과거엔 집 떠나면 고생이니 역마살을 나쁘게만 봤고, 도화살도 기생 사주라며 흉으로 여겼지만, 지금으로 치면 가수 싸이는 역마살과 도화살 덕분에 잘 나가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사주팔자 개념 자체는 ‘그릇’을 말하는 것 같아요. 돈이나 명예를 어느 정도 그릇 크기로 타고났느냐 하는 거죠. 그리고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느냐 하는 것과 전체적인 운의 흐름, 이 세 가지는 제대로 보는 사람이면 대체로 맞힐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볼 때 이 세 가지 큰 틀에서가 벗어난 구체적인 결정을 역술인 판단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아이의 완벽한 사주를 위해 언제 제왕절개를 할 것이냐, 어떤 주식에 투자할 것이냐, 부동산을 팔 것이냐 말 것이냐, 누구랑 결혼을 하느냐마느냐 같은 문제는 역술인 말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설사 못 맞혔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역술인은 한 개인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를 자기 마음대로 떠들고 책임은 지지 않으니 아주 끝내주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책에 바넘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술인을 만나서 직접 바넘효과를 경험해보신 적 있나요.

“한 역술인이 제 아내가 고집이 세다고 그러더라고요. 평소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가 고집을 부렸던 때가 떠오르는 거예요. 10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도요. 그러더니 ‘큰 아이가 해외를 왔다갔다 하는 군요’ 하더라고요. 제가 호주에 조금 살다가 뉴욕 특파원도 했고, 아들이 지금은 두바이에 있으니까 족집게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그런데 따져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해외 나가는 일이 특별한 게 아니잖아요. 설사 해외에 거의 나갈 일이 없는 사람이라도 역술인이 그런 말을 하면 해외에 다녀온 일이 떠올라요. 그러니 역술인 얘기는 100% 맞는 걸로 생각되죠. 바넘 효과(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징을 자신만의 것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에요.”

-다 알면서도 역술인의 말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책에서도 언급했듯 불길한 예언은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듣는 순간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생존반응을 하기 때문에, 생존에 위협이 되는 정보는 절대 잊지 않아요. 뇌에 계속 남아서 안 들은 것만 못하죠. 누구에게나 운의 흐름상 좋은 때가 있고 안 좋은 때가 있는 건데, 돈 벌이 수단으로 안 좋은 이야기를 부각시키면 듣는 사람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와요. ‘당신은 여자의 운을 타고 났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실은 굉장히 넓은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듣는 순간부터 여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역술인들이 있죠

“제가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을 쓴 목적에는 그런 나쁜 상술을 고발하고 일반인에게 주의를 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사람 말이 제가 전생에 권세와 부를 누렸는데, 악업도 많이 쌓았대요. 제가 잘 되려고 친구들에게 잘못을 저질러 친구 네 명의 귀신이 제게 씌웠으니 그걸 풀려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눈을 감고 사과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더러 사과를 제대로 안 했다는 거예요. 고개를 들어 보니까 눈을 부릅뜨고 ‘그런 식으로 사과해서 귀신이 떨어지겠어?’ 하며 호통을 치는 거예요. 그게 사람 잡는 거죠. 그런 식으로 찾아오는 사람에게 겁을 주고 자기가 대신 기도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챙기는 게 이 사람 수법인 거죠. 저한테 그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에겐 아주 잡아먹을 듯하지 않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열이면 열 100만 원 내고 기도해 달라고 하죠. 안 하고는 못 배겨요. 무당도 조심해야 해요. 잘못 걸려들면 굿을 안 하고는 절대 마음이 편해질 수 없거든요. 처음엔 100만 원짜리로 시작하지만, 배우자에 자식, 부모까지 얘기를 더하다 보면 그 사람 경제 사정이 파악되면서 500만 원, 1000만 원, 1억 원짜리로 금세 올라가거든요. 사람 다루는 데는 도사에요.”

-결혼하실 때 궁합 봤나요.

“원숭이띠랑 쥐띠가 만나 삼합이 들었으니 완벽한 커플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뭐 산전, 수전, 공중전에 핵전쟁까지 다 겪었죠. 30년을 살았는데 안 그렇겠어요?”

-현 시점에서 이 PD의 전체적인 운의 흐름은 어떻다고 하나요.

“좋대요. 상반기보다는 중반기 이후가 더 좋고.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고. 그래서 ‘논리로 풀다’도 5월에 시작했는데, 책도 잘 나가겠죠?(웃음)”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어 하고, 또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하는 건 행복해지고 싶어서일 텐데, 이영돈 PD에게도 나름의 행복론 같은 게 있나요.

“현실에 만족하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게 정답이죠. 현재(present)는 신이 준 선물이잖아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알아 잘 되면 행복하겠지만, 앞날이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 운명을 알려고 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될 걱정을 미리 끌어다 하는 거예요.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의 시작이죠.”

그의 책에 정진석 추기경의 말씀을 인용한 대목이 있다. “인간의 탐욕은 냉장고가 생기고 나서 시작되었다.” 그 전에는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사거나 만들어 변하기 전에 나눠 먹었는데, 냉장고가 생긴 뒤로는 나중에 먹을 것까지 미리 사다가 쌓아둔다는 것. 음식물 썩는 것을 막으려고 냉장고를 만들어놨더니 오히려 냉장고 때문에 더 많은 음식물이 버려져 나가는 상황을 꼬집은 얘기다. 불교에서도 모든 고통의 원인을 인간의 욕심에서 찾는다. 이 PD는 “어느 정도의 욕심은 발전을 이끌어내지만 제 그릇 크기가 감당 못할 과욕을 부리면 불행해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운명을 미리 알고 싶고 바꿔보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3-06-03 16:55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