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이때의 ‘누군가’는 물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사물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특정한 공간일 수도, 남들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런 만남과 헤어짐의 조각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삶은 어느덧 강물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듯하다.

이 책 《길을 잃은 순간 여행은 시작된다》의 저편에도 적지 않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민동용, 김창덕, 박희창, 손효주, 신진우 등 책을 펴낸 다섯 명의 기자들은 ‘주말섹션 O2’ 팀에서 만나 두 해 넘게 호흡을 맞추면서 우리 시대 명사들의 ‘내 인생을 바꾼 순간’을 찾아 나섰다. 신경숙, 송호근, 차동엽, 강수진, 은희경, 최재천, 김용택, 장한나, 이철수, 허영만, 박재동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명사들이 그들 앞에 섰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명사들과 만나서 그들의 속내를 듣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순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반색하며 말을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글쎄, 뭔가 뚜렷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사실 우리의 짐작과는 다르게, 그들의 인생을 바꾼 순간은 결코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 그들의 명예와 성공을 빚어낸 ‘그 순간’은 구불구불 흘러가는 우리 인생에 묵묵히 새겨진 만남과 헤어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그들은 절실했고, 또 꾸준했다. 살아가는 목적을 찾지 못해 방황도 하고, 환경이 여의치 않아 좌절도 했지만, 자신의 길을 절실히 찾았고, 꾸준히 그 길을 걸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삶에 무언가 특별한 비밀이 있을까 싶다. 그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오히려 인생의 한 구절 한 고비를 대하는 사소한 태도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기자들은 반드시 그들에게서 어떤 대단한 삶의 결절(結節)을 들어야겠다고 집요하게 매달리지 않았다.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는 심정으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달라졌다. 명사들은 자신의 내면을 솔직히 털어놓았고,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젊은 날의 방황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그런 만남이 쌓이고 쌓여서 다시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한때 ‘주말섹션 O2’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기자들은 이제는 정치부, 산업부, 사회부, 교육복지부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그때의 만남은 아직까지도 기자들의 마음 한편에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진실한 만남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온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도 그들 중 누군가는 또 다른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간절하고 꾸준하게. 늘 그랬듯이.

  기사입력: 2013-06-03 17:06